문학(詩)

밤바다에서

해륭 2017. 10. 9. 13:58

밤바다에서
          박재삼

누님의 치맛살 곁에 앉아
누님의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심심한 때는
골목을 빠져 나와 바닷가에 서자.
비로소 가슴 울렁이고
눈에 눈물 어리어
차라리 저 달빛 받아 반짝이는
밤바다의 질정(質定)할 수 없는
괴로운 꽃비늘을 닮아야 하리.
천하에 많은 할 말이,
천상의 많은 별들의 반짝임처럼
바다의 밤물결되어 찬란해야 하리.
아니 아파야 아파야 하리.
이윽고 누님은
섬이 떠 있듯이
그렇게 잠들리.
그때 나는
섬가에 부딪치는 물결처럼
누님의 치맛살에 얼굴을 묻고
가늘고 먼 울음을 울음을,
울음 울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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