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비가 오면 그대가 보고 싶다.

해륭 2017. 4. 6. 07:50

비가 오면 그대가 보고 싶다.
                             이근대

한 잔 술을 마시는 가운데
비가 왔습니다.
문득,
그대 생각이 나서 고개를 수그려 보니
내 가슴에,
내 가슴에 그대가 박혀 있었습니다.
숨이 멎을 것만 같은 그리움이,
그리움이 나를 뭉게고 있었지만
눈물을 감추고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술을 마시면서 입술을 깨문다는 것,
깨물어서 피멍이 들었다는 것,
그 그리움을 창밖에 내리는 비도 모르고
사실은 나도 모릅니다.
아무도 모르는데
그대인들 알겠습니까.
그대가 보고 싶은 가운데
빗방울은 굵어지고 있습니다.
이 비가 나를 파고 들면
나는 도망갈 곳도 없이
그대가 보고 싶습니다.
빗물 뒤에 숨어서
나처럼,
나를 바라보고 있을 그대,
참 고운 꽃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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