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양말

해륭 2016. 10. 20. 09:29

양말
       이동순
양말을 빨아 널어두고
이틀만에 걷어 신었는데, 걷다가 보니
아, 글쎄 웬 풀벌레인지
세상에, 겨울 내내 지낼 자기 집을
양말 위에다 지어 놓았지 뭡니까.
참 생각없는 벌레입니다.
하기사, 벌레가 양말 따위를 알 리가 없겠지요.
양말이 뭔지 알았다 하더라도
워낙 집짓기가 급해서
이것저것 돌볼 틈이 없었겠지요.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양말을 신으려고 무심코 벌레집을 떼어내려다가
작은 집 속에서 깊이 잠든
벌레의 겨울잠이 다칠까 염려되어
나는 내년 봄까지
그 양말을 벽에 고이 걸어두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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