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네가 그리우면 나는...

해륭 2016. 10. 18. 09:09

네가 그리우면 나는...
                   장수경


무작정 길을 나선다.
네 입김이 서리던 골목 어귀에도
눈빛이 머물던 앞산 자락에도
황량한 벌판 어디에도
너의 흔적은 없고,
이따금 오가는 낯선 발자국 소리는
내 가슴에 쿵쿵 못을 박으며
짙은 그리움의 발자국을 찍고
무심히들 지나간다.
네가 떠나가던 그 골목 어귀엔
너의 주머니를 빠져나온
한줌의 젖은 바람이
시멘트 담장을 핥다
차마 떠나지 못 해
미련처럼 뒹굴고,
나는 동전을 주우려는 아이들처럼
너의 흔적을 잡으려다 그만
눈앞이 흐려지고 만다.
그러면 나는 또 걸었다.
한참을 걷다 낯선 거리를 만나면
맥없이 돌아서 오던 길을 돌아본다.
너의 가슴이 그리우면 나는,
먼 데 앞산자락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삼키며
빈 가슴에 
또 하나의 못을 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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