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무서워하지 말자.

해륭 2022. 4. 5. 20:59

   무서워하지 말자.
                 신경숙
   
시간은 잔인하지만 공평하다.
잠들어 있는 것
깨어 있는 것
여기에 있는 것
저기에 있는 것
모든 것들 위로 흘러간다.
모두에게 어린 시절을 주고
모두에게 청년을 주고
모두에게 노년을 준다.
나와 그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니 무서워 하지 말자.
예기치 않았던 슬픔이 있다면
또 예기치 않았던 기쁨도 있겠지,
그러겠지, 하는데도
끈질기게 소슬해진다.
우리는 서로 견디기 위해
서로에게 상처를 줄 거야.
나도 모르는 채 그에게 입힐 상처,
우리는 서로 견디기 위해
서로를 위로할 거야.
나도 모르는 채 그에게 받을 위로,
꿈은 오로지
사라지기만 하는 건 아닐 거다.
육체는 오로지
낡아가기만 하는 건 아닐 거다.
사라지고 낡아가면서 남겨 놓았을
생에 새겨 놓았을 비밀을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 뿐일 거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함부로 살지 않는 일,
그래 함부로 살지 말자.
할 수 있는데 안 하지는 말자.
이것이 내가 삶에게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적극성이다.
--아름다운 그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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