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어머니의 빨래터

해륭 2022. 3. 18. 21:28

   어머니의 빨래터
                이정혜
   
나의 어린 시절
고향 마을 한모퉁이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빨래터가 있었습니다.
그 빨래터에서
나무 방망이로 얼음을 깨시며
언 손을 호호거리며
빨래를 하시다가
철 없는 아이들의 콧물을
손으로 훔치시며
격정을 씻어내시던 어머니,
철부지들은 흙과 먼지속에
왠 종일 쫓아 다니다가
대청마루 밑 고무대야에
때묻은 옷가지들을
가득 집어 던져두지만,
겨울에는 동상으로,
여름에는 습진으로
따끔 거리던 손등을
호롱불 빛 아래서
말 없이 호호거리시다가,
맑은 시냇물과 함께
흘러가신 어머니의 청춘이
이름석자와 함께 땅에 묻힌 지
어연 수십년 세월인데,
이제는 그 어머님이
눈 뜨면 보이지 않고
눈 감으면 아련거리며
가끔씩 38도 따끈한
눈물과 함께 댕겨 가시니,
그 맑은 어머니의
시냇가 빨래터에서
그리움의 눈물로
얼룩진 삶을 빨래하며
긴 서러움 달래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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