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목련

해륭 2022. 3. 14. 20:40

   목련
         류시화
              
목련을 습관적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나는 삶의 허무를 키웠다.
목련 나무 줄기는
뿌리로부터 꽃물을 밀어올리고
나는 또 서러운 눈물을 땅에 심었다.
그래서 내게 남은 것는 무었인가,
모든 것을 나는 버릴 수 있었지만
차마 나를 버리진 못했다.
목련이 필 때쯤이면
내 병은 습관적으로 깊어지고
꿈에서마저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흰 새의 날개들이 나무를 떠나듯
그렇게 목련의 흰 꽃잎들이
내 마음을 지나 땅에 묻힐 때,
삶이 허무한 것을 진작에 알았지만
나는 등을 돌리고 서서
푸르른 하늘에 또 눈물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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