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너를 기다리는 동안

해륭 2021. 1. 6. 20:00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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