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들국

해륭 2020. 9. 22. 19:32

        들국
           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뭔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문학(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리운 이에게  (0) 2020.09.28
누이야 날이 저문다.  (0) 2020.09.24
어쩌자고 하늘은 저리 높은가  (0) 2020.09.16
별 하나  (0) 2020.09.10
가을이오면  (0) 2020.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