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누이야 날이 저문다.

해륭 2020. 9. 24. 20:34

    누이야 날이 저문다.
                  김용택
    
누이야 날이 저문다.
저뭄을 따라가며
소리없이 저물어 가는
강물을 바라보아라.
풀꽃 한 송이가 쓸쓸히 웃으며
배고픈 마음을 기대오리라.
그러면 다정히 내려다보며
오 너는 눈이 젖어 있구나.

배가 고파.
바람 때문이야.
바람이 없는데?
아냐, 우린 바람을 생각했어.
해는 지는데
건너지 못할 강물은 넓어져
오빠는 또 거기서
머리 흔들며 잦아지는구나.
아마 선명한 무명꽃으로
피를 토하며
토한 피 물에 어린다.
누이야,
저뭄의 끝은 언제나 물가였다.
배고픈 허기로
저문 물을 바라보면 안다.
밥으로 배 채워지지 않은
우리들의 멀고 먼 허기를...
누이야,
가문 가슴 같은 강물에
풀꽃 몇 송이를 띄우고
나는 어둑어둑 돌아간다.
밤이 저렇게 넉넉하게 오는데
부릴 수 없는 잠을 지고
누이야,
잠 없는 밤이 그렇게 날마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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