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찬비 내리고

해륭 2019. 2. 18. 20:22

찬비 내리고
                  나희덕


우리가
후끈 피워냈던 꽃송이들이
어젯밤 찬비에 
아프다, 아프다, 아프다 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아프지도 못합니다.
밤새 난간을 타고
흘러내리던 빗방울들이
또한 그러하여,
마지막 한 방울이
차마 떨어지지 못하고
공중에 매달려 있습니다.
떨어지기 위해,
시들기 위해,
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있는 것들은
그 무게의 눈물겨움으로 하여 
저리도 눈부신가요.
몹시 앓을 듯한 이 예감은
시들기 직전의 꽃들이
내지르는 향기 같은 것인가요.
그러나 당신이 힘드실까봐
저는 마음껏
향기로울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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