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석양증후군

해륭 2019. 2. 11. 15:50

석양증후군
              성영희


하루를 반문하며 해가 집니다.
어머니의 머릿속은 이제 저녁이 됩니다.
저녁을 지나면 밤이 오고,
밤엔 너무 많은 별들의 이름을
기억해야 합니다.
찌그러졌다
다시 동그랗게 펴지는 달이 뜹니다.
동그랗던 어머니가
갑자기 반달처럼
반을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저녁의 창문을 지납니다.
창문은 자주 철렁철렁 내려앉습니다.
옛 생각들은 너무 멀리 있고
최근의 기억들은 말랑말랑해서
자주 모습을 바꾸곤 합니다.
서쪽은 슬픈 곳입니다.
서쪽의 말투로
당부하는 날들이 잦은 어머니가
꽃 지는 저녁을 슬퍼하는 석양증후군.
그 서쪽엔 오래 불렀던 이름들이 많고
한낮엔 아직 걱정해야할 이름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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