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누가 우는가

해륭 2018. 7. 5. 21:03

누가 우는가
             나희덕
 

바람이 우는 건
아닐 것이다.
이 폭우 속에서
미친 듯 우는 것은
바람은 아닐 것이다.
번개가 창문을 때리는 순간,
얼핏 드러났다가
끝내 완성되지 않는 얼굴,
이제 보니
한 뼘쯤 열려진 창 틈으로
누군가 필사적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 같다.
울음소리는
그 틈에서 요동치고 있다.
물줄기가 격랑에서 소리를 내듯,
들어올 수도 나갈 수도 없는
좁은 틈에서 누군가 울고 있다.
창문을 닫으니
울음소리는 더 커진다.
유리창에 들러붙은 빗방울들,
가로등 아래 나무 그림자가
일렁이고 있다.
저 견딜 수 없는 울음은 빗방울의 것,
나뭇잎들의 것,
또는 나뭇잎을 잃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부딪치는 나뭇가지들의 것,
뿌리 뽑히지 않으려고,
끝내 초월하지 않으려고
제 몸을 부싯돌처럼 켜대고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창 밖에 있다.
내 안의 나무 한 그루
검게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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