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평토장

해륭 2018. 6. 11. 21:30

평토장
       공광규

너희 살아갈 날이 걱정스러워
서러운 척 울고 짜는 장례는 필요 없다.
어느 이방인이 내 시신 거두어
아무도 기억 못 하는 웅덩이에
평토장 해다오.
봉분도 비석도 필요 없다.
나뭇가지나 마른 풀 꺾어 표시도 말아.
날아가던 새조차 눈치 채지 못하게 하고
지나던 바람도 머물러 울지 않게 해라.
주위에 큰 바위나 산세 기억하지 말아.
가족도 애인도 다시 찾지 못하게 해라.
달력에 표시도 말아.
제삿날을 기억하느라
후대를 뒤찮게 하지 말아다오.
아무 풀씨나 날아와 자라게 하고
거친 풀뿌리가 내 뼈 움켜쥐게 해라.
나는 흙에서 왔다 흙으로 갔으니
내 무덤 위
자동차 바퀴가 지나도 아파할 리 없다.
술 취한 자가 지나다 꺽꺽 토사물 쏟아도 
나, 위장이 없어 비위 상할 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