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그래도 잊혀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해륭 2016. 9. 28. 10:46

그래도 잊혀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김철진


낡은 수첩 속의 희미한 이름이
나달에 지워져 생각나지 않는다.
비릿한 포구의 허름한 선술집에서
속눈썹 푸른 그림자 길게
젊은 날 꿈결처럼 울다 간 사랑도
이제는 낡은 화면처럼 흐릿하다.
이름을 보며 아무리 애를 써도
떠오르지 않는 얼굴들...
이미 몇 번이고 바뀌었을
전화번호의 낡은 벨 소리만
이명으로 울고 있다.
잊혀진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슬픈 일,
누군가의 낡은 메모리 속에서
나도 지워지고 있을 거란 생각에
된서리 맞은 하나 겨울 잎새로 서럽다.
언젠가는 어차피 잊혀질 목숨이지만
그래도 잊혀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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