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슬픔에게

해륭 2015. 12. 23. 09:36

   슬픔에게
          도종환
   슬픔이여
   오늘은 가만히 있어라.
   머리칼을 풀어 헤치고
   땅을 치며 울던 대숲도
   오늘은 묵언으로 있지 않느냐.
   탄식이여
   네 깊은 속으로
   한 발만 더 내려가
   깃발을 내리고 있어라
   오늘은
   나는 네게 기약 없는
   인내를 구하려는 게 아니다.
   더 깊고 캄캄한 곳에서 삭고 삭아
   다른 빛깔 다른 맛이 된 슬픔을
   기다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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