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다 버리고 가라.

해륭 2015. 12. 28. 08:33

   다 버리고 가라.
                김재진
   

설령 당신이
백송이 수선화를 선물 받는다 해도
그 누구도 진실로 사랑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가질 수 있는 것,
누릴 수 있는 것,
이룰 수 있는 많은 것들 쌓여 있다 해도
어느 것도 당신이
포기하지 못해 괴롭다면 무슨 소용인가.
뜻대로 되는 것과
뜻대로 되지 않는 것,
사랑해야 할 것들과
사랑해서는 안 될 것들 사이에 끼어
당신의 마음이
한치도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어질 때,
채울 수 없을 뿐,
당신의 삶은 텅 비어 있다.
설령 당신의 하루가
당신을 필요로 하기보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수많은 사람에 의해 가득 찬다 해도
누구에게도
당신의 따뜻한 마음 나타낼 수 없다면
그 무슨 소용인가.
어느 날 당신이
가까운 이로부터 상처 나거나
누군가를 용서할 수 없어 괴로워질 때,
모든 것을 버리고 가라.
전쟁같이 하루가 힘겹고 외로울 때,
다 버리고 한 번쯤 자신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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