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개울가에서

해륭 2014. 3. 26. 08:03

 개울가에서
                  도종환
 그때는 가진 것도 드릴 것도
 아무것도 없어서
 마음이 내 전부라 여겼습니다.
 당신도 마음을 어떻게 보여줄 수 없어서
 바람이 풀잎을 일제히 뒤집으며 지나가듯,
 나를 흔들며 지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물 위에 비친 그대 얼굴
 개울물이 맑게 맑게 건드리며 내려가듯,
 내 마음이 당신을 만지며 가는 줄 믿었습니다.
 마음은 물처럼
 흘러가 버리는 것인 줄 몰랐습니다.
 바람처럼 어디에나 있으나
 어디에도 없는 것인 줄 몰랐습니다.
 내 마음도 내 몸도 내가 모르면서
 없는 것에 내 전부를 맡겼습니다.
 바람 속에다 제일 귀한 걸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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