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섣달 그믐

해륭 2013. 12. 17. 11:04

섣달 그믐
      김사인
또 한 잔을 부어넣는다. 술은 혀와 입안과 목젖을 어루만지며 몸 안의 제 길을 따라 흘러간다. 저도 이젠 옛날의 순진하던 저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뜨겁고 쓰다. 윗목에 웅크린 주모는 벌써 고향 가는 꿈을 꾸나본데 다시 한 잔을 털어넣으며 가만히 내 속에 대고 말한다. 수다사水多寺 높은 문턱만 다는 아니다. 싸구려 유곽의 어둑한 잠 속에도 길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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