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겨울 농부

해륭 2012. 12. 20. 08:50
    겨울 농부
      나태주
    우리들의 가을은 귀퉁이에 검불더미만을 남겨놓고 저녁 하늘에 빈 달무리만을 띄워놓고 우리들 곁을 떠나갔습니다. 보리밭에 보리씨를 뿌려놓고 마늘밭에 마늘쪽을 심어놓고 이제 이 나라에는 외롭고 긴 겨울이 찾아올 차례입니다. 헛간의 콩깍지며 사래기를 되새김질하는 염소와 눈을 집어먹고 껍질 없는 알을 낳는 암탉과 어른들 몰래 꿩약을 놓는 아이들의 겨울이 찾아올 차례입니다. 그리하여 봄을 기다릴 줄 아는 사람들만이 눈 속에 갇혀 외롭게 우는 산새 소리를 들을 것이며, 눈에 덮여서 더욱 싱싱하게 자라나는 보리밭의 보리싹들을 눈물겨운 눈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눈물겨운 눈으로 바라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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