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해륭 2020. 12. 3. 20:14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적실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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