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낯선 길 위에서

해륭 2020. 12. 4. 19:51

     낯선 길 위에서,
               홍금희
      

바람이 분다.
을씨년스런 기운은
문턱을 넘어선
가을의 품안으로 파고들어
어느새 둥지를 틀었다.
싸늘한 기운에 마음은 움츠러들어
잔뜩 힘주어 웅크린
어깨 위에 내려앉은
고통 따위엔 관심이 없다.
낯선 길 위에서
고장난 나침반을 들여다 보듯,
시선은 의미를 담지 않고
바닥을 긁는 발끝을 바라본다.
분명, 가고 있었다.
그래
난 어딘가를 향해 열심히
아주 열심히 가고 있었다.
그런데, 잃어버렸다.
가야할 길을,
지금 난
낯선 길 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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