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바람

해륭 2020. 12. 2. 20:15
                  

     바람
     
스산함이 가득 묻은 바람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길가에 휩쓸려 뒹구는 낙엽이
마치 내 마음에 가득한
온갖 상념인 듯 바람에 굴러 다닙니다.
주체할 수 없는 추억 속의 푸르름을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밀리고 쏠리며
바람부는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읍니다.
폐부 깊숙히
바람을 안으며 심호흡을 합니다.
이 계절이 주는 고독과 아픔은
앞으로 남은 인생 내내
나에게 인고의 세월을 강요할 것입니다.
이 가을은,
봄, 여름의 싱그러움과 성숙함을 지나
현란한 일곱색깔의 화려함 마저 뒤로한 채,
세월에 이끌려 또 내일을 기다리게 합니다.
그 기다림 속에는
고통만 남아 있는 게 아닐 겁니다.
꿈과 사랑과 희망이 뒤엉킨 채,
긴 동면의 시간을 지나고 나면
소박하지만 품위를 잃지 않은 중년이
아름답게 피어 있을 것입니다.
바람이 불고 있읍니다.
거리에도,
창문 너머에도,
내 가슴에도....
그 싸늘함 속에는 나만 느끼는
아랫목의 따스함이 스며 녹아 내립니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가는 인생이 아닐거라고....
   ~옮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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