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소리

해륭 2019. 4. 12. 21:16


 
   소리
        도종환
   걸음을 멈추고
   나무 그늘로 들어서니
   건넛산 뻐꾸기 소리가 들린다.
   웃옷 단추를 끄르니 엷은 바람이
   손바닥으로 살을 쓰다듬으며 들어오고,
   걸음을 멈추고 저녁 하늘 올려다보니
   음악학원 열린 창 틈을 빠져나온
   첼로의 낮은 음이
   바람의 활을 타고 내려와 귀를 적신다.
   내 목소리 너무 클 때는
   빗소리, 물결 소리도 안 들리더니,
   말을 멈추니 가까운 이의 한숨 소리에
   섞여 있는 솔바람 소리도 들리고,
   가야 할 길만 생각할 때는
   들리지 않던 소리가 멈추니 들린다.
   속도의 등을 타고 달릴 땐 못 듣던 소리가
   속도를 버리니 비로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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