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나무에 대하여

해륭 2019. 3. 22. 21:06

나무에 대하여
                정호승


나는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가 더 아름답다.
곧은 나무의 그림자보다
굽은 나무의 그림자가 더 사랑스럽다.
함박눈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많이 쌓인다.
그늘도 곧은 나무보다
굽은 나무에 더 그늘져
잠들고 싶은 사람들이 찾아와 잠이 든다.
새들도 곧은 나뭇가지보다
굽은 나뭇가지에 더 많이 날아와 앉는다.
곧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나
고통의 무게를 견딜 줄 아는
굽은 나무는 자기의 그림자가
구부러지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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