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가 자 미

해륭 2019. 1. 25. 21:10

가 자 미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자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자미로 눕는다.
가자미가 가자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로 옮겨 붙은
야윈 그녀가 운다.
그녀는 죽음만을 보고 있고,
나는 그녀가 살아 온
파랑 같은 날들을  보고있다.
좌우를 흔들며 살던
그녀의 물 속 삶을 나는 떠올린다.
그녀의 오솔길이며,
그 길에 돋아나던
대낮의 뻐꾸기 소리며,
가늘은 국수를 삶던 저녁이며,
흙담조차 없었던
그녀 누대의 가계를 떠올린다.
두 다리는 서서히 멀어져 가랑이지고,
폭설을 견디지 못하는 나뭇가지처럼
등뼈가 구부정해지던
그 겨울 어느 날을 생각한다.
그녀의 숨소리가
느릅나무 껍질처럼 점점 거칠어진다.
나는 그녀가 죽음 바깥의 세상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한쪽 눈이 다른 쪽 눈으로
캄캄하게 쏠려버렸다는 것을 안다.
나는 다만  좌우를 흔들며 헤엄쳐 가
그녀의 물 속에 나란히 눕는다.
산소호흡기로 들이마신 물을
마른 내 몸 위에
그녀가 가만히 적셔준다.
이 詩(시)는 시인, 평론가 120명이 뽑은
가장 좋은詩로 선정된 詩입니다.
(중앙일보 2005,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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