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

해륭 2018. 12. 20. 22:12

모든 그리운 것은 뒤쪽에 있다.
                         양현근


아쉬움은 늘 한 발 늦게 오는지
대합실 기둥 뒤에 남겨진 배웅이 아프다.
아닌 척 모르는 척
먼 산을 보고 있다.
먼저 내밀지 못하는 안녕이란
얼마나 모진 것이냐,
누구도 그 말을 입에 담지 않았지만
어쩌면
쉽게 올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기차가 왔던 길 만큼을 되돌아 떠난다.
딱, 그 만큼의 거리를 두고,
철길 근처의 낯익은 풍경에게도
다짐을 해두었다
그리운 것일수록
간격을 두면 넘치지 않는다고,
침목과 침목사이에
두근거림을 묶어둔다.
햇살은 덤불 속으로 숨어들고
레일을 따라 눈발이 빗겨들고
이 지상의 모든 서글픈 만남들이
그 이름을 캄캄하게 안아가야 하는 저녁,
모든 그리운 것은 왜 뒤쪽에 있는지,
보고 싶은 것은 왜 가슴 속에
바스락 소리를 숨겨놓고 있는 것인지.
써레질이 끝난 저녁하늘에서는
순한 노을이 방금 떠나온 뒤쪽을
몇 번이고 돌아보고 있다.

'문학(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겨울  (0) 2018.12.24
지금 기억 그대로...  (0) 2018.12.21
사랑한다는 것  (0) 2018.12.17
길 (道)  (0) 2018.12.14
한파  (0) 2018.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