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팽목항 연가

해륭 2018. 7. 29. 22:52

팽목항 연가
           (宵火)고은영


오늘이
엄마 생일인 거 알고 있니?
오월 초순,
어느 어머니가 팽목항에서
바닷속 아이에게 묻는다.
바다 깊은 마을,
또 다른 어느 세상에서
기적이 되어 돌아오기를 학수고대하는....
아이들이 오는 길목에 놓아둔
뜨거운 사랑들이
왜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리고,
어김없이 엄마들이
눈물로 가슴을 태우면서
혼신으로 애틋하고 절실하게
오로지 자식 바라기를 하고 있다.
밤이면
저 우주 어디쯤에서
철없이 뛰어놀다가
구름 사다리를 놓고
하이얀 천사가 되어
사뿐히 걸어오는 아이들의 모습,
엄마들은 가슴을 데워놓고
사무친 사랑과 애절한 기도로
너희를 기다린단다.
아가........
심장을 쥐어짜도
이제 비로소 돌아오지 못할 줄 알면서
이토록 그리울 줄 누가 알았을까.
오열로 뒤덮인 4월을 뒤로하고
지상에 싱그럽게 육화됐던 명부들이
그리움의 발자국을 남기면서
뭉텅이로 찢겨 나갔다.
찢겨 나간 건
아이들의 명부만이 아니었다.
온 국민이 마음이 찢겨 나갔고,
부모들의 마음도
갈가리 찢겨 버려진 채,
온통 4월을 뒹굴었다.
정부도,
어른들도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서 기다리라고 해놓고,
서로 책임이 없다고 책임을 떠넘기고,
아이들이
고통과 몸부림 속에 죽도록 버려 뒀다.
누가 보아도 명백한 학살 앞에서
우리는 4차원이나 오 차원을 넘지 못하면
눈 뜬 봉사가 된다는 걸 자각하지 못했다.
음모라고 밖에 이해가 안 간다.
도대체 배후가 누구이며
그들은
왜 아이들의 생명이 필요했던 걸까.
누군가 이 나라에서
우리는 누구도 우리를 구하러 오지 않는
사실적 실종자 라고 하던데,
우리들의 실종은 끝난 게 아니고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푸름의 한층 찬란한 오월,
바람의 속삭임 위에
햇살이 머문 자리마다,
노란 종이 위에
안녕, 안녕이라는 영원을 향한
마지막 인사들이 나비가 되어
수천수만의 나비떼들이 
오월을 날아오르고 있다.
배경사진은 팽목항이 아니고
목포 신항입니다.

'문학(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쩔수 없이  (0) 2018.08.04
꽃은 말이 없는데  (0) 2018.08.01
내 가슴속에 핀 꽃  (0) 2018.07.24
봄 길  (0) 2018.07.21
엄마는 그래도 되는줄 알았습니다.  (0) 2018.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