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눈 내리는 바닷가로 오십시오.

해륭 2018. 2. 19. 21:01

눈 내리는 바닷가로 오십시오.
                           이해인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가장 순결한 마음으로
부르고 싶으면
눈 내리는 바닷가로 오십시오.
가슴에 깊이 묻어둔
어떤 슬픔 하나,
아직도 소리 내어 울지 못했으면
눈 내리는 바닷가로 오십시오.
차가운 눈을 맞고,
바다는 더욱 고요하고
따뜻해졌습니다.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해서는
하얀 웃음을,
죽은 이들을 위해서는
하얀 눈물을 피우며
송이송이
바다에서 꽃이 되는 눈...
어느 날 문득,
흰 옷 입은 천사의
노래를 듣고 싶거든,
죽는 날까지 짠 물 속에
겸손해지고 싶거든,
눈 내리는 바닷가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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