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친구를 위한 기도

해륭 2016. 12. 9. 10:16

친구를 위한 기도
               박인희


주여, 쓸데없이
남의 애기 하지 않게 하여 주소서.
친구의 아픔을
붕대로 싸매어 주지 못할망정
잘 모르면서도 아는 척
남에게까지 옮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어디론가 훌훌 떠나고 싶어하는 사람.
주어진 일을 묵묵히 하면서도
속으론 철 철 철 피를 흘리는 사람.
떠날 수도 머물 수도 없는 사람.
차마 울 수도 없는 사람.
모든 것을 잊고 싶어하는 사람.
사람에겐 그 어느 누구에게도
가슴 속 애기 털어놓고 싶지 않은 사람.
가엾은 사람,
어디 하나 성한 데 없이 찢기운 상처에
저마다 두 팔 벌려
위로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우리는 말에서 뿜어 나오는
독으로 남을 찌르지 않게 하소서.
움츠리고 기죽어
행여 남이 알까 두려워 떨고 있는
친구의 아픈 심장에
한번 더
화살을 당기지 않게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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