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가난의 골목에서는...

해륭 2016. 12. 3. 08:30

가난의 골목에서는...
                    박재삼
골목골목이 바다를 향해
머리칼 같은 달빛을 빗어내고 있었다.
아니, 달이 바로 얼기빗이었었다.
흥부의 사립문을 통하여서
골목을 빠져서 꿈꾸는 숨결들이 바다로 간다.
그 정도로 알거라.
사람이 죽으면 물이 되고 안개가 되고
비가 오고 바다에 나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리의 골목 속의 사는 일 중에는
눈물이 흘리는 일이
그야말로 많고도 옳은 일쯤 되리라.
그 눈물 흘리는 일을 저승같이 잊어버린 한밤중.
참말로 참말로 우리의 가난한 숨소리는
달이 하는 빗질에 빗어져,
눈물 고인 한 바다의 반짝임이다.

'문학(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하지 않은 말  (0) 2016.12.06
안부가 그리운 날  (0) 2016.12.05
  (0) 2016.12.02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0) 2016.12.01
편지  (0) 2016.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