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해륭 2016. 12. 1. 09:44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성미정


처음엔
당신의 착한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그러다
그 안에 숨겨진 발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다리도 발 못지 않게
사랑스럽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당신의 머리까지,
그 머리를 감싼 곱슬 머리까지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저의 어디부터 시작했나요
삐딱하게 눌러쓴 모자였나요
약간 휘어진 새끼손가락이었나요?
지금 당신은
저의 어디까지 사랑하나요
몇 번째 발가락에 이르렀나요?
혹시 아직 제 가슴에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요?
대답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그러했듯이
당신도 언젠가
모든 걸 사랑하게 될 테니까요.
구두에서 머리카락까지 모두 사랑한다면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람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것 아니냐고요
이제 끝난 게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처음엔 당신의 구두를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구두가 가는 곳과
손길이 닿는 곳을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언제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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