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더 깊은 눈물 속으로

해륭 2016. 7. 15. 08:20

더 깊은 눈물 속으로
                   이외수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비로소 내 가슴에 박혀 있는
모난 돌들이 보인다.
결국 슬프고 외로운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고 
흩날리는 물보라에 날개 적시며
갈매기 한 마리 지워진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보면
파도는 목놓아 울부짖는데
시간이 거대한 시채로
백사장에 누워 있다.
부끄럽다.
나는 왜 하찮은 일에도
쓰라린 상처를 입고
막다른 골목에서 쓰러져 울었던가.
그만 잊어야겠다.
지나간 날들은
비록 억울하고 비참했지만,
이제 뒤돌아보지 말아야겠다.
누가 뭐라고 해도
저 거대한 바다에는
분명 내가 흘린 눈물도 몇 방울
그때의 순수한 아픔
그대로 간직되어 있나니,
이런 날은
견딜 수 없는 몸살로 출렁거리나니.
그만 잊어야겠다.
흐린 날 바다에 나가 보면
우리들의 인연은
아직 다 하지 않았는데
죽은 시간이 해체되고 있다.
더 깊은 눈물 속으로,
더 깊은 눈물 속으로
그대의 모습도 해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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