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추가 서면 시계도 선다.

해륭 2016. 3. 31. 09:04

추가 서면 시계도 선다.
                      구재기


길이 길로 이어져
끝을 보이지 않는다고
어찌 가던 길을
멈출 수 있으랴.
하나의 나뭇잎은
바람결에 날리더라도
굳센 대지 위에
결국 몸을 낮추어 자리하고,
눈부신 하늘의 햇살도
잠시 구름 아래
얼굴이 가려지는 걸 보아라.
두텁고 단단한 씨알이
껍질 속 깊이
초록을 키우는 걸 보아라.
어둠 속에서도
길을 찾아 나서면
길은 언제나
다시 뻗는 새로운 길,
그렇다.
추가 서면
시계는 멈추고 만다.
비록 낯설고 어둡다 하더라도
추의 흔들림은 멈출 수 없다.
길의 시각을 멈출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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