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우물

해륭 2016. 3. 28. 07:45

우물
    안도현
고여있는 동안 우리는
우리가 얼마나 깊은지 모르지만,
하늘에서 가끔씩
두레박이 내려온다고 해서
다투어 계층상승을 꿈꾸는
졸부들은 절대 아니다.
잘 산다는 것은
세상 안에서 더불어 출렁거리는 일,
누군가 목이 말라서
빈 두레박이 천천히 내려올 때
서로 살을 뚝뚝 떼어
거기에 넘치도록 담아주면 된다.
철철 피 흘려주는 헌실이
아프지 않고
슬프지 않은 것은
고여 있어도 어느 틈엔가
새 살이 생겨나 그윽해지는
그 깊이를
우리 스스로 잴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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