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강가에서

해륭 2016. 3. 11. 11:01

   강가에서
          도종환

    강물이 우리에게 주는 소리를
    더 오래 듣고 있어야 했다.
    강물이 흘러 아래로 가는 뜻을
    다 아는 듯
    성급하게 전하러 다니기 전에.
    가르치려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게 강물의 힘줄이건
    멈추지 않는 빛깔이건.
    오히려 물줄기 만날 때마다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먼저 생각해야 했다.
    흘러가며 반짝이는
    풀과 꽃들 만날 때마다
    꽃으로 열매로 올라가려
    기를 쓰지 말고,
    뿌리 쪽으로
    소리없이 내려가야 했다.
    어디서 이 실패는 비롯되었는가
    골똘해지기 전에.
    조금 고였다 싶으면
    서둘러 바다로 이끌고 가려 한 건
    잘못이었다.
    고여 넘쳐
    저절로 흐름을 찾아갈 때까지,
    한사리 가득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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