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아침
양귀자
희망도 없이 눈 뜨는 아침,
문득문득 솟구치는
나는 누구인가, 하는 외로운 질문들.
질주하는 현실의 속도감을 이길 수 없어
아뜩해지던 삶의 빈혈.
내가 생전 하지 않던 짓을 해보겠다고
여행을 나선 것도
모두 이게 아닌데 라는
내 속의 외침을 잠재우기 위한
버둥거림의 결과였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어디 먼 곳에라도 가서
그 지긋지긋한 내 속의 외침을
땅속 깊이 파묻어버리고
혼자만 도망쳐 올 수는 없을까 해서
꾸민 음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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