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길에 앉아
정호승
철길에 앉아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철길에 앉아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때 멀리 기차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기차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코스모스가 안타까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기차가 눈 안에 들어왔다.
지평선을 뚫고 성난 멧돼지처럼
씩씩거리며 기차는 곧 나를 덮칠 것 같았다.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낮달이 놀란 얼굴을 하고
해바라기가 고개를 흔들며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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