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두 사람만의 아침

해륭 2014. 10. 10. 08:36

   두 사람만의 아침
                류시화
    
나무들 위에 아직 안개와
떠나지 않은 날개들이 있었다.
다하지 못한 말들이 남아 있었다.

오솔길 위로 염소와 구름들이 걸어왔지만, 어떤 시간이 되었지만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사람과 나는 여기 이 눈을 아프게 하는 것들, 한때 한없이 투명하던 것들, 기억 저편에 모여 지금 어떤 둥근 세계를 이루고 있는 것들,
그리고, 한때 우리가 빛의 기둥들 사이에서 두 팔로 껴안던 것들....
말하지 않았다. 그 사람과 나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한때 우리가 물가에서 귀 기울여 주고받던 말들, 다시 물 속으로 들어가고, 새와 안개가 떠나간 숲에서 나는 걷는다.
걸어가면서 내 안에 일어나는 옛날의 불꽃을 본다. 그 둘레에서 두 사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숲의 끝에 이르러 나는 뒤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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