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삐비꽃

해륭 2014. 5. 26. 08:31

  삐비꽃
       박종영
  초봄 물못자리 연둣빛 각 새울 때쯤,
  청보리 물결 따라 속 배 솟아오른
  여린 삐비꽃 가지런히 벗겨
  한 줄 실고추 속살 입에 넣고 씹으면
  달짝지근한 맛에 허기 채우던 시절,
  베잠방이 가녀린 허벅지 부끄러워
  내달리던 달빛 서린 논둑길에
  어느새 쇠한 흔들림으로 안겨오는 삐비꽃,

보드라운 꽃살 눈썹에 달아보면 저토록 하얀 웃음기 가슴에 박히고 개망초 파란 풋대도, 들 찔레 알싸한 향내도 아랑곳없이 하늘대는 세월 붙잡아 달콤한 아카시아 향기 낡은 집을 어루만지는 고향길,
이제야 지친 마음으로 돌아와 아버님 묘소에 삐비꽃 하얀 물결 정겨운 말씀으로 출렁이고, 마음에 찬 그리움 달래어 아득한 삐비꽃 설움 가슴에 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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