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우체국을 지나며

해륭 2013. 11. 25. 11:50

우체국을 지나며
                 정수자
살아가며 꼭 한 번은 만나고 싶은 사람,
우연히 정말 우연히 만날 수 있다면
가을날 우체국 근처 그쯤이면 좋겠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기엔
우체국 앞만 한 곳 없다.
우체통이 보이면 그냥 소식이 궁금하고
써 놓은 편지 없어도 우표를 사고 싶다.
그대가 그립다고,
그립다고 그립다고....
우체통 앞에 서서 부르고 또 부르면
그 사람 사는 곳까지 전해질 것만 같고,
길건너 빌딩 앞 플라터너스 이파리는
언젠가 내게로 왔던 해묵은 엽서 한 장
그 사연 먼 길 돌아와 발끝에 버석 거린다.
물 다 든 가로수 이파리처럼
나 세상에 붙어 
잔바람에 간당대며 매달려 있지만,
그래도 그리움 없이야 어이 살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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