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짧은 말

해륭 2013. 4. 29. 09:35



   짧은 말
             박순원
   요새는 밥솥도 말을 한다.
   증기 배출을 시작합니다.
   백미 고압 취사가 완료되었습니다.쿠쿠
   모기도 할 말이 있어 내 주위를 맴돌고
   강아지는 무슨 말을 할 듯 할 듯 하다가 만다.
   버스를 기다리다 나무를 쳐다보면
   나무는 내가 너하고 무슨 말을 하겠냐는 듯이
   딴 데를 본다 
   튀어나온 보도블록을 밟으면
   찍하고 물을 뱉을 때가 있다.
   나는 주로 핸드폰에 대고 말을 한다.
   이제는 멀리 살고 전화번호도 바뀐 옛 애인도
   지금 누구하고 밥풀 같은 말을 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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