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경숙
다림질하는 오후
발신인 없는 축하문자가 왔다.
내 생일은 아직 열흘이나 남았는데
누구일까...
숫자만 남긴 그와 연결된
내 휴대전화번호 11자리,
쉰 줄에 들어서는 허튼 나이와
들쑥날쑥하는 혈압지수,
감해지는 브래지어 컵 사이즈까지
하루에도 수없이 내가 나를 열기 위해
로그인해야 하는 번호들을 생각하다
옷이 눋는 것도 몰랐다.
숫자들의 조합이
몸 속 가득 포화상태다.
달력에서 떨어져
차곡차곡 쌓인 날들까지 합쳐
어느 이름 없는
공동묘지번호를 끝으로 정산하겠지.
입안 가득 물을 머금어
셔츠 깃에 내뿜는다.
검산은 엉터리일지 모른다.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도
황홀한 밀담도
시간 앞엔 속수무책이었으므로,
그 시간 어차피 살아남지 못할 거라면
굴곡진 상처들
뜨겁게 분출되는 다리미에 눌러붙어
일그러지고 변색되어도
울지 말았어야 했다.
승산乘算없는 언쟁,
버릴 줄도,
아까운 내 것 얹어줄 줄도,
나눌 줄도 알았어야 했다.
뜨겁게 지지며 가야 할 길이
꼿꼿한 자존심이 아니라
꼭 쥔 두 손바닥
욕심 많은 주름이었음을
가감승제
아직도 헤매는 지금,
돌아보니 오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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