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해륭 2013. 4. 25. 08:51

   셈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고경숙
  다림질하는 오후
  발신인 없는 축하문자가 왔다.
  내 생일은 아직 열흘이나 남았는데
  누구일까...
  숫자만 남긴 그와 연결된
  내 휴대전화번호 11자리,
  쉰 줄에 들어서는 허튼 나이와
  들쑥날쑥하는 혈압지수,
  감해지는 브래지어 컵 사이즈까지
  하루에도 수없이 내가 나를 열기 위해
  로그인해야 하는 번호들을 생각하다
  옷이 눋는 것도 몰랐다.
  숫자들의 조합이
  몸 속 가득 포화상태다.
  달력에서 떨어져
  차곡차곡 쌓인 날들까지 합쳐
  어느 이름 없는
  공동묘지번호를 끝으로 정산하겠지.
  입안 가득 물을 머금어
  셔츠 깃에 내뿜는다.
  검산은 엉터리일지 모른다.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도
  황홀한 밀담도
  시간 앞엔 속수무책이었으므로,
  그 시간 어차피 살아남지 못할 거라면
  굴곡진 상처들
  뜨겁게 분출되는 다리미에 눌러붙어
  일그러지고 변색되어도
  울지 말았어야 했다.
  승산乘算없는 언쟁,
  버릴 줄도,
  아까운 내 것 얹어줄 줄도,
  나눌 줄도 알았어야 했다.
  뜨겁게 지지며 가야 할 길이
  꼿꼿한 자존심이 아니라
  꼭 쥔 두 손바닥
  욕심 많은 주름이었음을
  가감승제
  아직도 헤매는 지금,
  돌아보니 오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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