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우울

해륭 2013. 4. 8. 08:27

우울
       곽진구


그 오십 이후,
애들은 커서 다 떠난 텅 빈집엔
살아온 생이 지겹지 않아서
문득 지겨운 그런 적막이
길바닥처럼 쌓여 무장무장 썩고 있다.

둘밖에 없는 너와 나 사이, 수저와 수저 사이, 밥그릇과 밥그릇 사이,
지금 저 사이사이엔 삼시 세끼 굶지 않고 들려오는 밥 씹는 소리 대신 징그러운 고요를 꽉 움켜쥐고 참 오랫동안 구시렁구시렁 흘려보내야 할 소란이 필요하다.
안방까지 쳐들어와 놀다가는 무료한 햇살보단, 태평한 그 달빛보단 만지면 금방 터질 것 같은, 울 것 같은, 꿈틀꿈틀 살아있는 뜨끈뜨끈한 말,
아~~ 그런 말이 그립다. 세상에 어디 꿈틀꿈틀 살아있거나, 뜨끈뜨끈한 그런 말이 있을까마는 억지로 치자면 이웃집 할메의 전매특허의 말,
´잡놈, 목구녁이 뜨뜻헌게 별 지랄 다 떠네. 이런 막간 언사라도 있다면 저 말을 봄 처럼은 아주 두진 못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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