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오십이 되면서 옷장 정리를 하다가

해륭 2013. 3. 21. 08:56


 
   오십이 되면서 옷장 정리를 하다가
                                   이성이
   나중에 입을 것이라고
   해마다 구석으로 모아둔 옷들,
   밖으로 내놓는다.
   더 예뻐질 나중이라는 시간이
   점점 얇아진다.
   예쁘다고 사다놓고,
   사은품이라며
   쫓아다니면서 받아온 물건들,
   한 번도
   손이 닿지 않은 접시가 더 많다.
   그냥 한번 만져본다.
   텅 빈집에 있다가
   문득 아이들 방을 열어 보았을 때처럼
   알 수 없는 적막이 손끝에 흐르고
   오십이 넘으면서부터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는
   맑은 어두움 보인다.
   오늘은 신발장을 정리하는데
   한동안 좋아라 신던 구두가
   나를 보는 것 같다.
   검은 눈동자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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