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바람이여...

해륭 2012. 12. 29. 11:00
 
바람이여...
        서정윤
바람이고 싶어라.
그저 지나가버리는...
이름을 정하지도 않고
슬픈 뒷모습도 없이
휙하니 지나가버리는 바람
아무나 만나면
그냥 손잡아 반갑고
잠시 같은 길을 가다가도
갈림길에서
눈짓으로 헤어질 수 있는
바람처럼 살고 싶어라.
목숨을 거두는 어느 날,
내 가진 어떤 것도
나의 것이 아니고
육체마저 벗어두고 떠날 때,
허허로운 내 슬픈 의식의 끝에서
두 손 다 펴보이며 지나갈 수 있는
바람으로 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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