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걷는다.
홍수희
달력을 걷는다.
해마다
단조로움의 죄로 물든 달력을
벽에서 쓸쓸히 내리었듯이,
이 해를 다 채우려면
아직 두어 달은 더 기다려야
벽에서 내릴
무위(無爲)의 죄로 물든 달력을
다시 나는 너에게
무얼 줄 수 있을까
주지 못한 야윈 손이
서럽게 부끄러운 단풍 짙게 물든
시월의 달력 한 장 걷으며 꿈을 꾼다.
다시 나는 너에게 무얼 줄 수 있을까
지난 주일(主日)
거저 얻은 단감밖에 없는 내 손은
이 밤, 성자(聖者)의 비인 손을
다시 읽어야 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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