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달력을 걷는다.

해륭 2012. 11. 23. 09:39

  달력을 걷는다.
         홍수희
  달력을 걷는다.
  해마다
  단조로움의 죄로 물든 달력을
  벽에서 쓸쓸히 내리었듯이,
  이 해를 다 채우려면
  아직 두어 달은 더 기다려야
  벽에서 내릴
  무위(無爲)의 죄로 물든 달력을
  다시 나는 너에게
  무얼 줄 수 있을까
  주지 못한 야윈 손이
  서럽게 부끄러운 단풍 짙게 물든
  시월의 달력 한 장 걷으며 꿈을 꾼다.
  다시 나는 너에게 무얼 줄 수 있을까
  지난 주일(主日)
  거저 얻은 단감밖에 없는 내 손은
  이 밤, 성자(聖者)의 비인 손을
  다시 읽어야 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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