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겨울 이야기

해륭 2012. 11. 16. 08:38



  겨울 이야기
           홍수희
  창문을 하나 닫을 때마다
  창문이 하나씩 열렸습니다.
  바깥으로 난 창문을 닫을 때마다
  안으로 난 창문이 열렸습니다.
  소란한 욕망에 눈을 감을 때마다
  고요한 내밀(內密)의 창이 열렸습니다.
  내 슬픔 하나 토닥이지 못하면서
  당신의 상처를 감싸주고 싶었던
  부끄럽고 새하얀 거짓말 앞에
  너그러운 용서도 필요하였습니다.
  잠시 지친 삶을 아랫목에 뉘어
  내 안의 나의 하소를 듣는 시간,
  그 누구도 마땅히 되어 줄 수 없는
  부드럽고 편안한 눈길이 되어
  구석구석 쌓였던 먼지도 쓸어주고
  드문드문 고였던 눈물도 닦아줍니다.
  창문 밖에는 겨울 바람 쌩쌩 불고
  창문 안은 그리하여 따뜻합니다.
  다시 이 땅에 봄이 올 즈음
  밖으로 난 창을 하나씩 열어나가면
  고치를 빠져나온 나비 한 마리
  당신의 우편함에 사뿐히 앉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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