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다시 찾아온 구월의 이틀

해륭 2012. 10. 4. 10:06

 
  다시 찾아온 구월의 이틀
                            류시화

구월이 비에 젖은 얼굴로 찾아오면 내 마음은 멀리 간다.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가장 먼 곳, 오솔길이 비를 감추고 있는 곳, 돌들이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곳,
내 시는 그곳에서 오고 그곳으로 돌아간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다시 숲에서 보냈다.
그토록 많은 비가 내려 양치류는 몰라보게 자라고 뿌리보다 더 뒤엉킨 덩굴들,
기억이 들뜨지 않도록 온 힘을 다해 누르고 있는 바위들,
그곳에 구월의 하루가 있었다. 셀 수 없는 날들을 타야만 하는 불씨가 있었다.
얼마나 자주 이곳에 오고 싶었던가 그렇다, 나는 이곳을 떠나왔었다.
그렇게도 오래 나 혼자 모든 흐름이 정지했었다. 다만 어디서 정지했는지 알 수 없었을 뿐,
어느 날 밤에는 이상할 정도로 머리가 맑아서 창에 이마를 대고 밖을 내다보았다.
어떤 물결이 내 집 앞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별들은 집 뒤 습지에서 밤을 지새고 그때는 생각들이 온통 내 삶을 지배했었다.
뒤엉킨 뿌리처럼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보이지 않는 계절을 살았다.
아니다. 그것이 아니다. 나는 그곳을 떠나온 것이 아니었다.
눈을 돌리기만 하면 그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있다.
비와 오솔길이 소나무를 감추고 있는 곳, 쐐기풀이 구름에게 손을 흔드는 곳,
한때 그곳에 얼음에 갇힌 시가 있었다. 내 안에 불을 일으킨 단어들이 있었다. 곤충들을 움직이게 하고 심장을 빨리 뛰게 하던 것이....
구월의 끝에서 나비들은 침묵하고 별들은 흔들린다.
그 구월의 이틀이 지난 뒤 비와 돌들의 입맞춤으로 파헤쳐진 길 위에서 눈먼 자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등 뒤로 예언을 하고,
곧 누군가 길에 떨어진 종이를 주워 그곳에 적힌 시를 읽으리라 다시 얼음에 갇힌 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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