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詩)

은행잎을 밟으며

해륭 2012. 9. 4. 09:17

  은행잎을 밟으며
                홍수희
  내가 아닌 나를 밟고
  걸어갑니다.
  가을은 온통 비릿한 슬픔의 내음,
  아직도 벗지 못한 거짓의 비늘이 있어
  내 온몸 눈물로 가득 차 출렁이는데
  저 노랗게 반짝이는 눈부신 것이
  저 발아래 밟히는 정다운 것이
  그토록 오랫동안 품고 살았던
  소리만 쩔렁이는 기도였다면
  마지막 한 방울의 피를 모두어
  단 한 번의 사랑이 된다 하여도,
  최후처럼 그 날이 온다하여도
  나를 벗어 나를 밟고 먼 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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